연락이 온 것은 새벽 3시였다. 한밤에 걸려온 전화에 고쿠데라는 짜증을 내며 전화기를 부여잡았다. 탁한 그의 음성이 거칠게 침실에 울렸다.
"……무슨 일이야."
"고쿠데라군, 히바리씨가 납치당했어. 최대한 빨리 본부로 와줘."
"네? 십 대째?"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겼다. 화들짝 놀란 고쿠데라는 눈을 비비며 재빨리 달력을 찾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4월이 아닌데?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을 가다듬었다. 정말 4월이 아닌데?
***
"고쿠데라군이라면 5분 안에 달려올 줄 알았는데, 너무 늦었어. 실망인 걸?"
다급한 전화를 건 장본인답지 않게 츠나는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그런 보스의 행동에 고쿠데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만 10분이나 지각을……."
4월 1일일 거라고 믿었습니다. 고쿠데라는 굳은 확신을 갖고 강단지게 변명했다. 그 히바리가 납치라니! 차라리 사과나무에서 배가 자라는 걸 믿겠습니다! 버럭버럭 외치는 고쿠데라의 합당한 예시에 츠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크게 웃고 말았다.
"아, 이런. 이제 진정할까? 일은 놀랍게도 진짜야."
츠나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일의 현실성을 확정지었다. 이에 고쿠데라는 몹시 의아한 얼굴로 물어왔다.
"대체 뭡니까? 수면제로 잠들 놈도 아니고 종적도 알 수 없는 놈인데."
"뭐, 그건 그렇지."
코끼리도 한 방에 날릴 그 놈을 대체 무슨 수로? 고쿠데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유를 생각했다. 무슨 수로 잡은 걸까? 아니 일단 그게 가능하긴 하던가? 그렇게 몇 분을 궁구한 후 고쿠데라는 겨우 그럴듯한 가설 하나를 세울 수 있었다.
이미 나미모리를 떠난 히바리에게 예전의 파인애플과 같은 수법을 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니 최소한 인질이라도 있어야 납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날개를 펄럭이는 노란 새가 선명하게 뇌리에 떠올랐다.
"혹시 히버드를 인질로 잡기라도 했답니까?"
"아니, 그렇지 않아. 연락을 가져온 게 히버드인 걸."
"그럼 대체 왜?"
믿을 수 없다는 고쿠데라의 진심이 어떻게보다 왜를 우선시했다. 제 놈이 스스로 가는 것 외에는 납치할 방법이 없을 텐데……. 깊숙이 패인 미간을 매만지며 고쿠데라가 중얼거렸다. 츠나는 어두운 안색의 부하 앞에서 또 한 번 웃을 수 없어 침을 꿀꺽 삼키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진중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그게 말이지. 히바리씨가 물에 빠진 새끼 고양이를 구하려고 급류에 뛰어들었다가 언덕에서 올라올 때 수면가스를 대량 살포하고 특수 그물을 던져서 잡았대."
"……맹수포획입니까."
"하지만 납득은 가지 않아?"
그 정도로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히바리씨를 산 채로 납치할 수 있었겠어. 적의 조직적인 준비에 감탄하며 덧붙여진 츠나의 말에 고쿠데라는 이 말도 안되는 사실을 비로소 현실로 인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놈이 거기에 올 줄 알고 그 시점에 고양이를 물에 풀었답니까?"
"히바리씨가 들린 꽃가게 점원이 운나쁘게도 최근에 재단과 적대관계가 된 조직의 일원이었대. 그가 소식을 전했겠지? 그리고 건져올린 고양이 시체가 100마리가 넘는 걸보면 역시 양으로 승부한 게 아닐까 싶어."
불운과 계획이 적절히 섞인 사건이다. 그 놈의 동물 아끼는 버릇만 없었어도 문제될 게 없었을 텐데. 고쿠데라는 주인에게 생채기를 내느라 바쁜 자신의 고양이를 떠올리며 혀를 찼다. 애꿎은 고양이만 죽었군. 그런데 아니 잠깐. 이상한 것을 발견한 듯 고쿠데라는 심상치않은 얼굴로 의문을 제기했다. 고양이야 매우 그럴싸하지만 꽃가게는 왜 들어간 거지?
"꽃이요? 최근엔 장례식도 없었는 데, 대체 꽃가게에는 왜 갔답니까?"
괜히 제 놈답지 않게 엉뚱한 짓을 하니까 일이 이렇게 된 거잖아! 바보, 멍청이.
디저트 위에 뿌리는 호두 가루만큼의 걱정을 담아 고쿠데라가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 놓았다. 그런 맹점을 찌르면 곤란한데. 츠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고쿠데라군, 잊은 거야? 벌써 9월인데."
당혹한 고쿠데라의 얼굴이 시뻘건 정도를 넘어 시꺼매졌다. 핀란드의 빙벽같이 단단한 그의 애인보다 9월 9일을 깜박했던 건 오히려 고쿠데라였던 모양이다.
'사귀는 사이라면 노력해야지. 꽃은 필수야!! 자자, 화내지 말고. 이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매뉴얼이라고. 알겠어? 그러니 쿄야, 제때 선물해라.'
어릴 적 스승이 주입한 엉뚱한 가르침에 따라 히바리 쿄야는 필수불가결한 날이면 꼬박꼬박 장미 100송이씩을 챙기곤 했다. 무뚝뚝한 얼굴로 내던지듯 장미를 던졌지만 그는 한 번도 빼먹지 않았다.
"쳇. 그 자식, 하네우마에게 엉뚱하게 배워서 그러는 겁니다. 그것도 규칙이라니까 괜히 충실하게 지키는 거라구요!! 과거의 풍기위원장 아니랄까봐 지레 그러는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고쿠데라는 전전긍긍하며 좀 더 비아냥거릴만한 소재를 애써 찾았다. 소태를 씹듯 말하는 그의 불쌍한 안색과 인근의 벽돌색을 비교해보는 건 어떨까. 츠나는 엉뚱한 착상을 하며 고쿠데라가 진정되길 기다렸다.
***
5분을 소모하고도 고쿠데라는 여전히 신색을 회복하지 못했다. 오히려 불만의 농도만이 쓰잘데 없이 짙어졌을 뿐이다. 그는 끊임없이 투덜거리고 싶은 지 이제는 소소한 사생활까지 꺼내며 불만을 늘어놓았다.
"십 대째, 그 놈이 얼마나 치즈를 싫어하는 줄 아십니까? 전에 와인과 치즈까지 제가 준비를 했는데, 그 걸 그냥 접시 째로 던지더라구요. 제가 그 걸 다 치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정말 아직도 화가 납니다! 거기에 카펫에 뭍은 치즈를 핥는다고 오이가 튀어나와서 또 얼마나 난리가 났는 지 정말! 히바리 놈 때문에 정말!!"
츠나는 묵묵히 들으며 적당히 추임새를 붙여 주었다. 아, 그래. 그렇구나. 알았어. 그래.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같은 레퍼토리가 돌림노래를 하는 데에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렇게 츠나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하지만 헤어질 건 아니잖아? 그렇지? 헤어질 게 아니라면 그런 말은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야."
슬쩍 그렇게 운을 떼며 고쿠데라의 입을 다물게 했다. 그리고 깊은 심호흡과 함께 츠나는 썩은 동태의 눈알을 추억하며 턱을 굈다. 아서라. 그런다고 둘이 그렇고 그런게 사라지는 줄 아냐? 소꿉놀이도 아니고. 조금 어처구니없어하는 본심과 달리 보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온화했다.
"고쿠데라군. 잘 알겠어. 그러니 이제 그만 구출 계획을 짜야하지 않을까? 이거 정말 시급한 사안이야."
츠나는 성실한 태도로 대화의 진행을 촉구했다. 그러나 조금 상냥하게 대한 탓일까. 여전히 불만스러운 고쿠데라는 엉뚱한 소리를 하며 사태의 본질을 해치려 들었다.
"십 대째, 그런데 굳이 히바리를 구하러 가야 합니까?"
납치되었는데 안 구하면 뭘 구하려고. 츠나는 이마를 짚었다. 그러나 제 생각에 빠진 고쿠데라는 보스의 눈치를 살피기보다 장황한 변명을 늘어놓는 일에 집착했다.
"설마하니 그 놈이 얌전히 잡혀 있겠어요? 벌써 뛰쳐나왔을 겁니다. 가봐야 괜히 시간 낭비라고요."
"거기까지."
언제까지 그럴 거야, 고쿠데라군. 츠나는 줄줄이 이어지는 부연 설명을 단칼에 잘랐다. 더 들어봐야 생산성 있는 말이 나올 가능성은 없었다. 거기에 위급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웃고 떠드느라 벌써 1시간을 소요하고 말았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위중한 사안이다. 츠나는 온화한 얼굴로 담담히 마피아 보스다운 한마디를 건넸다.
"히바리씨가 강한 만큼 오히려 손목을 자르고 복부에 칼을 박고 아킬레스건을 그어버릴 지도 모르는 거 아닐까?"
"전담하겠습니다!!"
본고레의 오른팔은 바람보다 빠르게 집무실을 뛰쳐나갔다. 열린 방문이 덜그럭거리고, 복도를 달리며 외치는 그의 화급한 지시가 사방에 울렸다.
"수고해줘. 고쿠데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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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고쿠데라가 19세에서 20세 정도일 때의 이야기로 히바고쿠 맞습니다. ^^ 고쿠데라 납치도 좋지만 히바리 납치도 좋지요. 덩그러니 말하기가 그래서 글이나마 올리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부디 읽을만 하시기를 바랍니다. 으하하.
개인적인 취향입니다만, 히바리에겐 왠지 무림의 이미지가 있지요. 그 얼굴 닮은 사람도 중국 사람이고 말입니다. 뭐, 그렇다고 정파는 아닌 거 같고 굳이 따지자면 역시 마교나 혹은 최근 유행하는 흐름대로 사파연합 뭐 이런 곳에서 짱을 먹는 역할이 어울리죠. 아니면 거기에 소속은 되어 있는데 살아있는 지 죽었는지 잘 모르는 전대 기인같은 역할도 어울리구요. 만약 전대 기인이라면 히바리는 필히 반로환동 케이스일 거라고 봅니다. ㅎㅎ 그런 느낌으로 사지근맥 절단 이런 느낌의 문장을 하나 던져보고 싶었어요.
흠흠. 그리고 뜬금없지만 흡*귀 히*링 너무 귀엽대요. 하지만 V점프는 너무 멀고.........ㅜㅜ
+
참. 8월 서플에 지인이 부스(아 40)을 내세요. 일반존 위탁 받아주신다고 해서 어차피 갈 겸 겸사겸사 남겨봅니다. 제가 토요일에 갈 거라서요. 혹시나 토요일에 [외투] 사실 분 계시면 여기에 비밀 덧글로 닉네임과 책 제목을 시크하게 적어주세요. 어차피 프린트 할 게 있어서 갈 거라 금요일(28)일까지 남겨주시면 됩니다. 따로 포스팅할까했는데 괜히 쑥쓰러워서 그냥 이렇게 덤으로…. 참, 판매를 열심히 하려는 게 아니라 겸사겸사라 따로 더 뽑고 그런 건 없을 거 같구요.였는데 토요일날 가게되어서요. 뭐, 그냥 몇 권은 팔지도. 에라. 여하튼 아무도 안 남겨주셔도 ^ㅅ^ 하며 넘어가니 맘 편히 생각있으신 경우에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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